사실 고찰이라기 보다는 잡말


태생이 빠순이인건지 내가 깊이 빠지는 뮤지션들의 공연은 대부분 여성들로 가득한데, 그러다보니 사실 팬문화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처음에는 공연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파고들수록 이건 팬문화에 대한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열성적인 팬이고 싶으나, 팬질을 하고싶지는 않다. 팬'질'이라는 단어 자체의 뉘앙스가 있긴 하지만, 팬질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감정을 소중히 여겨, 감정을 충실히 따라 열정을 바칠 수 있는 그 순수함은 무척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자기(혹은 속해있는 무리의) 감정'만' 소중해지는 순간 그건 정말 꼴불견이 된다. 사실 기준이란 정말 갖다붙이기 나름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선은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피땀어린ㅎㅎ 결과물을 진심을 다해 누리는 것, 되도록이면 많은 라이브를 찾아가 즐기는 것. 그게 전부다.


물론 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이름이야 서예면 어떻고, 붓글씨면 어때. 날 광랜이로 기억할지도 모르는 분도 계신데. 그저 아주 오래 전 내 가수가 했던 그 말처럼, 내 얼굴을 보면 '아, 왔구나. 변함없이 한결같이 내 음악을 아끼는 사람이 있구나.' 하며 반가움에 힘이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힘으로 계속계속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으면 하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공연을 일년 넘게 못 가고 있어서 미안해요. 연말 단공은 꼭 갈게요 엉엉. 아, GMF도 있지.)


그런데,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팬질이라는 게 할수록 마음이 커지고, 동일한 마음을 가진 무리가 생기기라도 하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면 아ㅡ주 간혹 앞서 언급했던 '자기 감정만 소중한' 사람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한둘이지만, 저 사람도 하는데 나도 하면 어때.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하고, 결국은 누구 공연장처럼 아주 즈질 공연문화로 득실거리게 된다. (고 하면 너무 극단적으로 보일까.)


촬영이 금지된 공연에서 촬영을 한다던가, (사실 나도 공연 몇년 다니면서 올해 처음으로 그런 '짓'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아차 싶어서 시작된 생각들이고, 반성하고 있다.) 촬영이 금지되지 않았다해도, 손을 번쩍 들어 촬영하느라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행동, 음악감상이 방해될 정도로 들려오는 반복되는 셔터소리.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곡과 곡 사이의 텀이나 멘트 중에, 무대위의 뮤지션에게 지나치게 말을 걸어 흐름을 끊는 행동, 스탠딩 공연에서 옆사람과 귓속말을 끊임 없이 해 뒷사람의 시야를 완벽히 차단하는 행동, 밀폐되고 사람이 바글바글한 클럽에서 기차놀이를 해서 먼지를 일으키는 행동(아, 이건 잊을수가 없네 진짜ㅋㅋㅋㅋㅋ) 등등. 나는 사실 그리 착한 편도 아니라서, 툭툭 쳐서 하지말라 주의를 준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내 앞 사람 주의 줘서 사라질만큼 아주 일부 몰지각한 관객들의 행위만은 아니므로 괜히 내 기분만 상하고 만다.


꼭 공연 중의 지나친 팬심이 아니라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선을 넘어서, 도가 지나친 자리맡기도 그렇고, 내 가수 바로 다음 순서였던 밴드의 팬이 펜스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내 가수 공연하는데 맨 앞줄에서 펜스에 기대어 잠을 자던 그 모습... 정말 지금같았으면 뒷통수에 씹던 껌이라도 붙여놓았을 텐데. 으으. 난 그 꼴이 너무 싫었어서, 그 후로 그 가수의 음악도 즐기지 않는다. (뭔 잘못이겠냐만... 자꾸 생각나서... 그 자던 애들 뒷통수...) 그리고 여러 팀이 나오는 공연장, 혹은 단공 게스트를 향한 '너 빨리 들어가고 내 가수 나와'라는 듯 호응 없는 모습들. 그 호응없음에 당황하여, '빨리 ○○ 나오셨으면 좋겠죠. 저희 이제 마지막 곡이에요' 라며 쩔쩔매기라도 하면 내가 다 민망하다. 심지어 예의상 '아니에요-'하는 대답이나 웃음도 없이 긍정의 침묵... (그 옛날 옥달 언니들의 '니들 펩톤 보러 왔죠?'는 제외ㅋㅋㅋ 언니들은 쿨했고, 우리는 언니들에게 열광했으므로.) 사실 이런 경우는 대형공연에서보다는, 클럽 공연 등 아주 소규모의 공연에서 더 많이 목격되어 더 민망하다. 올해 들어 갔던 홍대 클럽 공연의 구십퍼가 그랬...ㅠ


사실 적지않게 여러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겪었던 꼴불견들을 나열하자면 정말 끝도 없으므로 여기까지만. ○○팬 때문에 ○○가 싫어져. 하는 건 저기 멀리 아이돌나라 얘기인줄로만 알았는데... 물론 이미 내가 무척 좋아하는 뮤지션이 싫어지지는 않겠지만, 내 돈 주고 공연 가서 그 꼴 보고 스트레스 받기 싫어 공연을 멀리하게 되니 다를 게 무어야.


이 글을 적어두는 이유는 누구를 저격하기 위함은 아니다. (여고생 일진놀이의 희생양이 된 것에 대해 앙심을 품은 것 역시 아니다ㅋㅋ 난 평화를 사랑함...♡ 늙어서 싸울 힘도 없음... 또르르...) 그럴만큼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 블로그도 아니고. (내 블로그의 유일한 장점은 검색에 잘 안 걸린다는 거지) 요새 공연 다니며 답답했던 것에 대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10%와, 나도 그럴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조심하자는 의미 90%


얼마 전, 이승환 콘서트에서 암표는 출입을 못 하게 했다는 기사를 봤다. 완전 속이 다 시원. 솔직히 잘못된 문화는 뮤지션이나 소속사 측에서 강하게 제지해줬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한 마디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다. 계속 공연중에 말을 거는 무리!(그 공연에선 진짜 무리야. 무슨 기자회견인줄ㅠ)에게 니들이 뭐라든 난 듣지 않을 거다. 라고 말하던 이모씨나, 누군지는 잘 기억 안나는데 대놓고 '이 공연 촬영금지로 알고 있는데요'라고 하던 사람들처럼. 물론 한 명 한명의 팬이 너무 소중할테고, 그렇게 여겨주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다수를 불편하게 하는 일부 그릇된 팬심으로 인해 처음 그들의 공연을 찾았던 사람이 불쾌함만 안고 영영 떠날 수 있다는 것 역시 기억해주었으면.

by Rui Austen
Rui.js |  2015.09.28 21:46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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