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무 생각 없이 고르던

1월 1일의 영화들과는 달리

'슬프지 않았으면' 하는 조건이 붙었던 건


작년 한 해동안

꿈같은 행복이 이내 슬픔으로 변해버리는 순간마다

작년 1월 1일의 영화가 떠올랐던 탓일까.



다시 보려고 다운 받아놓고 내내 못 보고 있었기도 해서

문라이즈 킹덤으로 결정.





나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구나. 라고 처음 느꼈던 게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십세 미만 시절부터 막연하게

다름을 드러내지 않고 환경에 순응해서 살 것을 결단했던 것 같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의 나이 즈음에,

환경에 순응해서 살아도, 타의에 의해 받은 내 상처가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로는

내내 나를 드러낼 것인지, 숨길 것인지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지내왔다.


그래서 이 소년 소녀가 내게 참 유쾌하다.

무모할만큼 거침 없는 행동들과 직언이 참 사랑스럽다.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조금 이른듯한 나이에 나는

내게는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이 없다. 는 생각을 했고,

이 소년 소녀는 인생을 걸만큼 확신하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원치 않게 받아야했던 상처가

내게서 사랑할 자격을 빼앗아갈 수는 없다는 걸 깨달을만큼 단단해지기까지는

십년이 훌쩍 넘을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고

상처받은 아이가 사라진 자리에는

사랑이 너무 어려운 미성숙한 어른만 남았다.



내 안의 소녀를 무작정 데리고 문라이즈 킹덤으로 떠나줄 소년을

만날 수 있을까 올해에는. 아니, 평생에 한 번은.








+

이 영화에서의 카라 헤이워드는 너무 심하게 내 취향 얼굴.

내 취향으로 자라주지는 않았지만.


+

틸다 스윈튼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백가지 이미지 다 매력적인지.

악역이라면 악역인데도, 못 미워.


+

샘 역할 아이는 너무 ㅇㅈㅎ 닮은 거지.

초등학생 연애도 쳐준다면, 나름 첫 남친이었던.


+

웨스 앤더슨스러운 구도와 리듬은 정말 매력적. 이 영화에서 극강.

색채야 뭐 말할 것도 없고.

강박에 가까워보일만큼 완벽한 컷들을 보는 변태적인 희열.

by Rui Austen
Records/Movie |  2018.01.02 01:39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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