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창 밖을 보다가
몸이 떨릴 만큼 흠뻑 비를 맞고 싶다고 생각했다.
잠깐 나가 비를 맞고 들어와 씻으면 그만이지만
지금 이 체력에 그랬다가는
또 며칠이고 침대를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 건
똑똑해진 건지 답답해진 건지.


교복을 입던 시절에는
우산을 굳이 가방 안에 숨기고
비를 맞으며 집에 가던 날도 제법 많았었는데.



자의로 그렇게까지 비를 맞았던 마지막 날에
흠뻑 젖어 약해지지 않았더라면
그리 쉽게 스며들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어쩌면
그날이 남긴 마음들이 두려워
더 이상 비를 맞지 않게 된 걸까.


by Rui Austen
Rui.js |  2022. 7. 15. 01:18 |